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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정날짜: 2024년 12월 26일

우리 공주 14년동안 나랑 함께 살아줘서 너무 고마워

처음 우리 집 오는 길에 차 타고 갈 때가 어제 일 처럼 아직도 생생해

그때 나는 12살이었고 지금의 네 나이보다 훨씬 작았었는데도 말야

덜컹거리는 차 안에서 너를 무릎 위에 앉혀서 안녕? 인사를 해줬고

너는 그 인사를 받으니 긴장이 풀렸는지 내 무릎 위에 잘 앉아서 집까지 가 줬어

네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나쁜 일도 많았지만 좋은 일도 정말 많았던 것 같아

아무도 집에 없는 상황이라도 네가 있었으니 집에 가는 길이 기대가 되고

현관 앞까지 쪼르르 와서 반겨주는 게 정말 일상이었는데 말이야

내일 퇴근길에 네가 마중 안 나와준다는 사실이 사실 아직 익숙하지는 않아

네가 그 뜨거운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음에도

아직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면 네가 있을 것 같아

경쾌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면서 말이지

잠깐 하루 나갔다 왔더니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아직도 마음이 아파

불과 토요일 까지만 해도 턱으로 이마를 부비부비 하면 귀찮다고 틱틱거렸었는데

30시간 가량이 지난 이후였나... 네 모습은 너임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고

힘겹개 숨을 색색 쉬는 모습에 내가 다 괴로웠단다

넌 이미 내 옆에서 멀리 떠나갔으니 더 이상 누군가를 탓할 수는 없지만

떠난 그 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

누군가를 탓하는 것도 이젠 미련한 짓이라고 생각해

앞으로 네가 없는 삶이 익숙해지는 것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

네가 없는 세상도 잘 살아보도록 할게

내 인생 절반을 넘게 함께한 내 소중한 친구, 미

이젠 아프지 말고 편하렴.

2023.03.27 15:50

우리 공주가 먼 여행을 떠난 시간

2021년 5월 17일 오전 8시 25분 14년간 함께 했던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.

10살 부터 배에 유선종양이 생겼는데 그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.

엄마랑 동생이 고양이 왼팔에 머리카락을 묶어준 걸 보고 저도 묶어주려고 했으나 머리카락이 짧아서 꼬리에 힘겹게 묶어줬어요.

고양이별에서는 제일 좋아하는 닭고기맛 츄르 많이 먹으라고 해 줬습니다.

야시고양이 사랑해. 이제는 아프지 말자.